최근 범용 강화학습 에이전트 'Janus'의 등장부터 AI 콘텐츠 워터마크 법안, 그리고 AI를 활용한 췌장암 치료 단백질 설계까지. 이번 주 AI 업계는 기술적 도약과 사회적 규제, 그리고 인류를 위한 희망적인 소식이 교차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개발자로서의 고민과 기대를 가볍게 정리해본다.
AI의 속도를 따라가려 노력하지만, 지난 한 주간은 마치 10년이 며칠 사이에 압축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범용'이라 부를 만한 강화학습 에이전트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본 적 없는 복잡한 문제들을 너무나 쉽게 해결하는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다. 동시에 정부에서는 AI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규제에 나섰다. 기술은 저 멀리 앞서가고 규제는 이제야 걸음마를 떼는, 전형적인 기술 발전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그 혼란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AI가 새로운 암 치료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만드는 개발자로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마음은 참 복잡하다. 내가 머지않아 도태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다가도, 순식간에 엄청난 마법 지팡이를 손에 쥔 것 같은 기대를 품게 된다.
'Janus' 에이전트의 출현
가장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것부터 이야기해보자. 'Axiom Research'라는 곳에서 발표한 범용 문제 해결 아키텍처, 'Janus'에 대한 이야기다. 두 얼굴을 가진 로마 신의 이름을 딴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기존의 특화된 AI 시대를 뒤로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갈림길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간 강화학습의 역사는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처럼 특정 작업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그런 모델들은 조금이라도 조건이 바뀌면 속수무책이었다. Janus는 이걸 정면으로 돌파했다. 거대한 월드 모델(World Model)과 효율적인 탐색 알고리즘을 결합해, 학습하지 않은 영역에서도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문제를 해결해낸다.
공개된 데모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물리 법칙을 스스로 파악해 다리 구조를 설계하고, 도시 교통 데이터를 분석해 출퇴근 시간을 30%나 단축하는 루트를 제안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소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서를 읽고 그 언어의 컴파일러를 직접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이건 단순히 성능이 좋아진 게 아니라, 패러다임이 바뀐 거다. "무언가를 하는 법을 가르치는" 시대에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시대로 넘어온 셈이다. 개발자로서의 내 입지는 어떻게 될까? AI가 단순히 코드를 짜는 보조 도구를 넘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동료'가 된다면 말이다. 아직은 나를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라고 믿고 싶지만, 머릿속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디지털 국경선: 콘텐츠 인증법 (Content Authenticity Act)
기술이 폭주하니 사회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주 미국에서 '2026 콘텐츠 인증법'이 초당적 지지로 통과되었다. 상업적으로 생성된 모든 AI 콘텐츠(기사, 이미지, 영상 등)에 보이지 않는 암호화 워터마크를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취지는 명확하다. 딥페이크와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알려주는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거다. 정보에 영양분 표시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이 법안이 거대 기업의 독점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패러디나 풍자 같은 창의적인 작업물까지 검열의 대상이 될까 걱정한다. 게다가 기술적으로 "이게 정말 가능하냐"는 회의론도 크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의 역사에서 보듯, 규제는 깨지기 마련이고 결국 창작자들만 괴롭히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 그렇듯, 이번에도 병 속에서 나온 거인을 다시 집어넣으려는 무모한 시도는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새로운 희망: 생성 AI가 설계한 치료제
우울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AI가 우리 삶을 어디까지 개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식도 들려왔다. 제약 회사 'Omni-Health'와 AI 바이오 기업 'Cell-Savant'가 협력해 췌장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신약 개발은 수조 개의 열쇠 중 맞는 것을 찾는 무차별 대입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AI가 암세포라는 자물쇠의 구조를 분석해 그에 딱 맞는 열쇠를 '직접 설계'해냈다. 주변의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방식이다.
실제 치료제로 쓰이기까지 임상 시험이라는 험난한 과정이 남았지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적화 도구를 넘어 '창조자'로서의 AI가 인류의 고질적인 고통을 해결하는 도구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리스크와 불안 속에서도 우리가 더 나은 도구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