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ontentsCategoryAbout

취업 후 한 달째에 써보는 회고

22 September, 2020 - think - 3 min read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

chance 지난 8월 18일부터 개발자로서 출근을 시작했다. 2018년 12월 14일에 퇴사한 이후 약 1년 8개월만의 사회생활이라 긴장하기도 했지만, 마치 재입대라도 한 듯이 오로지 '개발자'라는 타이틀만 보고 지내온 시간들이었고 우연치 않게 얻어낸 기회였기에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위코드 수료식 당일 오전에 면접을 보고, 그 다음주부터 바로 출근을 하기로 했다. 부모님부터 친구들, 지인들 모두 너무 급하게 정한 것은 아니냐며 우려 섞인 말을 건냈다. 물론 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안정적인 회사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빈약한 전공지식에서 비롯된 조급함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들을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이 맛에 개발 하나

thank you 그래서 그토록 원하던 개발자가 되고나서 한 달 동안 잘 지냈느냐... 고 묻는다면, 쉽사리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입사 후 첫 일주일은 '고객의 니즈 파악'과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의 파악'이라는 명목 하에 CS업무를 해야 했다. 여기서 CS는 Computer Science가 아니라 Customer Service의 약자다. 사실 업무라기보다는 동료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신입교육을 받았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전화 공포증이 있기 때문인데, 정말 전화 한 통, 한 통 할 때마다 여기서 한 단계만 더 나아가면 공황이 오겠구나 싶었다.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식은땀이 흥건했던 첫주를 보내고, 2주차부터는 현재 서비스 중인 제품의 클라이언트와 서버의 코드를 보며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했다. 클라이언트는 리액트 네이티브, 서버는 노드로 되어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3주차부터 내게도 업무가 주어졌다. 내부에서 사용되는 백오피스 시스템을 보수하는 업무였다. 이미 있던 기능을 살짝 바꿔 붙이는 수준의 작업이었기에 난이도는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어느정도 익숙했던 리액트가 아닌 노드와 ejs템플릿이라는 환경은 나로 하여금 수차례 혼란하게 만들었다. 현재 받아오는 데이터에 필요한 게 없다면, 노드에 연결된 SQL 쿼리문을 수정해야 했고, 나아가 새로운 기능에서 비롯된 입력 데이터를 추가할만한 곳이 DB에 없다면, 테이블도 새로 만들고, 컬럼도 추가해야 했다. 당연히 노드와 MySQL 공부를 병행해야만 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누군가는 내가 백엔드 개발자로 입사한 줄 알 것 같은데, 엄연히 프론트엔드로 입사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업무를 진행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옥의 첫 주가 지나고, 대표님과 이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며, 백엔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난 당연히 서버, DB, API 등 기본적인 키워드에 대해서만 아는 정도라고 답했고, 대표님은, '그래서는 반쪽짜리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서비스에 급한 이슈는 없으니 수습기간 동안 백엔드 업무를 하며 프로세스를 익혀보라'고 하셨다. 난 수긍했고, 지금의 업무가 그 결과다.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건가... 싹 다 갈아엎고 리액트로 새로 만들고 싶다.. 등등의 생각을 하며 요청 받았던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여 풀리퀘를 날렸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배포가 되었다. 이렇게 쓰니까 되게 심심한 느낌이긴 한데, 내 개발자 인생 첫 업무였고, 첫 배포였다. 배포 후에는 백오피스를 사용하는 동료들을 대상으로 내 개발자 인생 첫 '패치노트'까지 작성했다. 베테랑이 보기엔 '아침에 일어나 똥을 쌌다' 수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첫경험이다. 그리고, 나의 패치노트에 달리는 "감사합니다", "훨씬 편해졌어요!" 라는 댓글들. 아! 이 맛에 개발 하나보다.

갈 길이 멀다

busy 4주 중 3주는 재택근무였기에 살짝 텐션이 떨어지긴 했지만 내 나름대로는 상당히 다사다난했던 첫 달이었다. 성취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거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을 돌아봤을 때 딱히 내가 이룬 것은 크지 않다. 약 6년 전 첫 직장에서 느꼈던 신입사원의 마음도 이보다는 가벼웠던 것 같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전공자가 아니라는 열등감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은데, 이건 알고 있다고 해서 어떻게 컨트롤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냥 당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과연 3개월 수습이 끝난 뒤에도 내가 이곳에 남아있을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 2023 intzzzero, Built with

Gats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