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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발자가 되려 하느냐 묻거든 멋있어서라고 답한다

03 July, 2020 - think - 3 min read

2018년 12월 14일 퇴사

2014년 4월 14일에 입사하여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몸 담았던 회사를 나왔다. 누군가는 왜 나가냐며 회유하려 했고, 누군가는 나가서 무얼 할 거냐며 조롱인지 걱정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였으며, 누군가는 뭘 하든 잘 해낼 거라며 속내를 알 수 없는 응원을 해주었다. 누군가들에게는 갑작스러웠을 나의 행동이었겠지만, 내 나름대로는 제법 오랫동안 퇴사를 고려하고 있었기에 결심이 어려웠을 뿐, 딱히 갑자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첫 직장이었으며, 갓 입사했을 때에는 10여명이 오순도순 일하던 작은 회사가 강남 땅에 사옥을 짓고, 신입사원 공채를 하는 제법 큰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나름의 애정과 미련으로 수차례 퇴사를 미루었다.

서른둘, 개발자를 꿈꾸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수차례 들었던 질문이다. 대부분은, 서른둘에 5년차 마케터 경력이면 (동종업계)이직은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난 서른둘에 '개발자'라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를 거쳐 4년제 화훼원예학과를 나와 1년 남짓 플로리스트로 지내고, 편집 디자인을 배워 포트폴리오를 들고 면접을 봤던 곳에서 마케터를 했던 내가 개발자가 되겠다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맥락이 없는 것 같긴 하다. 한편으로는 제법 먼 길을 돌아왔지만 이 모든 과정이 개발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 개발자인가?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선택했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도 믿기지는 않지만, 중학생 시절 호기심에 C++ 관련 서적을 구매했었다. 물론, 당시 나의 보잘 것 없던 끈기로는 앞장을 몇 번 넘겨보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긴 시간 동안 이따금씩 나를 흔드는 것은 개발자에 대한 동경이었다. 랩탑의 까만 화면 위로 펼쳐진 알록달록한 코드들(당시에는 VSCode 같은 편리한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과 현란하게 타이핑하는 손.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모습 베스트 5' 안에 항상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런 멋진 직업이 내 직업이 된다면?' 그 작은 기대와 설렘으로 익숙지 않은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그 외에도 개발자를 동경하게 된 이유는 더 있다. 경력과 무관하게 서로의 지식을 내놓고 받아들이는 수평적 문화에 끌렸고, 끊임 없이 등장하는 신기술에 발맞춰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무엇보다 내 눈에 비친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이 있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꿈꾸며 위코드를 시작한지도 6주가 정도가 지났다. 총 12주 과정이니 벌써 절반이 지나간 것이다. 배워야 하는 최소한의 지식만 해도 1년치는 될 것 같아서 그다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구매해놓고 읽지 못한 책이 스무 권은 족히 된다. 당연히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하던 그때보다도 귀가 시간이 늦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밤공기가 기분 좋고,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 하루도 충실했다는 만족감에 가슴이 벅찬다.

'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멋있어서 되고 싶다'라고 했던 나의 대답은 100% 진심이다. 스스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그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 역시 멋있다고 느끼는 것은 굉장한 동기부여가 된다. 지난 5년간 내 일을 멋지다고 느끼지 못 했던 내가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다. 물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감당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과연 내년 이맘 때의 나는 멋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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