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의 탄생(UNIX: A history and a memoir)
01 August, 2020 - book - 3 min read
현대 운영체제의 시초 UNIX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한빛미디어의 신간 소식을 접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겼을 흔하디 흔한 광고였지만, 책에 수록된 몇 장의 빛바랜 사진들과 그 사진에 얽힌 짤막한 이야기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닉스의 탄생 이라니. 제목이 이보다 더 거창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운영체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유닉스(UNIX)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터미널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커맨드는 유닉스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알고 있다. 어떤 저자가 이토록 거창한 제목으로 책을 냈을까 싶었는데, 이름을 보고 나니 수긍이 갔다. '브라이언 커니핸(Brian W. Kernighan)', 무려 당시의 벨 연구소에서 유닉스의 탄생을 말 그대로 목도한 사람이다. 예약구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
책의 등장인물들은 당시의 벨 연구소에서 개발을 하던 실존인물들이다. 또한 그들의 이름은 하나같이 어디선가 봤음직한 이름이다. 유닉스를 만든 '켄 톰슨', C언어의 창시자 '데니스 리치' 심지어 인턴이 훗날 구글의 CEO가 되는 '에릭 슈미트'인 어마어마한 곳이 바로 벨 연구소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대단한 사람들과 가까운 동료로서 그 어떤 불필요한 미사여구도 없이 객관적이고 인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들의 동료가 되어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단지 위키백과에서 그들의 업적만을 보고, 일필휘지로 엄청난 코드를 작성했을 것이라 멋대로 신격화 했던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인물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주어진 자원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조금은 장난스러운 모습들까지 보고 났더니 감히 말도 건낼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 좋아졌다는 말이다.
유쾌한 동료와 함께 일한다는 것
켄 톰슨이 유닉스를 만들게 된 계기, TCP/IP와 VI의 탄생비화, 비야네 스트롭스트룹이 만든 C++이 C++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비화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수두룩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느낀 점은, 이처럼 유쾌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관심사는 다를지라도 공통분모가 되는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서로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고 또, 서로가 서로의 뮤즈로서 영감을 주기도 하는 모습이 퍽 부러웠다. 특히, 위와 같은 컴퓨터과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인물들의 뒤에는 그들을 지지하고, 아낌 없이 피드백을 해주던 '더글러스 매클로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켄 톰슨이나 데니스 리치가 물론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점에 이견은 없으나 만약 더글러스 매클로이나 브라이언 커니핸과 같은 든든하게 서포트 해주던 동료가 없었더라면 과연 유닉스나 C언어가 세상에 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등장하여 나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들던 그들의 유쾌함도 분명 한 몫 했으리라.